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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13월의 문 | PART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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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느 날 밤, 푸른 장미와 함께 놓인 카드 한 장. ‘13월의 문 너머에서 기다릴게. 너의 룸메이트가.’ 고급스러운 카드에 적힌 유려한 필체와 내용으로 보아 발신인은 틀림 없이 퀴아나다. 장미 한 송이와 카드를 챙긴 에스더가 예의 돌벽으로 향했다.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니? 의아한 마음으로 온풍이 불어오는 문을 넘어가면……. 문 너머의 세상─숲으로 향하는 길목 수놓은 푸른 꽃이 가장 먼저 보였다. 길을 따라오라는 듯 꽃잎이 한 켠으로 흔들리기까지 했다. “나니까 순순히 따라가주는 거야, 다에.” 여전히 의아하기는 해도 꽃이 쏟아져 내린 숲길만큼은 제법 아름다웠다. 꽃비 내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기척이 느껴진다. 이 세계를 간직할 수 있는 존재는 단 둘 뿐이니, 퀴아나였다. “이게 다 무슨,” “에시, 받아주겠니?” “……응?” 숲길 안쪽 공터에서 퀴아나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기 위해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손을 맞잡는 순간 등 뒤에서 꺼낸 푸른 장미 꽃다발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파트너가 되어주시겠어요?’ 라는 말은 진부하지.” “흥, 고민 중이라면서…….” “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함께 가야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이야.” 흰 장갑 벗은 맨손으로 꽃다발을 건네며 손을 맞붙잡는 사이, 두 사람의 걸음이 엉켰다. 춤이야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교육 받았을 테니 두 사람 모두 미숙할 리 없다. 파트너 신청을 건넨 쪽도 받은 쪽도 처음이라서, 또 설레서 그만 동선이 겹치고 말았는데. ……아차, 엉킨 몸이 풀숲 너머로 기울어진다. 12 ‘그 안에 있던 것은 만연한 봄이었다.’ 마치 13월의 문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기분. 에스더 위로 넘어진 퀴아나가 먼저 그곳을 발견했다. 수 초가 지나도 퀴아나가 움직이지 않자, 에스더는 고개를 뒤로 기울여 석조 도서관을 마주했다. 드디어 과제의 첫 번째 실마리를 찾았다. 위대한 발견의 순간은 그 시간마저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다. 한 박자 늦게 퀴아나의 케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에시.” “다에.” “우리만의 무도회장을 찾은 것 같은데, 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