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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13월의 문 | PART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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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나’의 나날은 그날 이후 평온하기만 했다. 좀처럼 바깥에 나가지 않는 내가 ‘책’을 발견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원의 도서관을 누비다가 발견한 책을 자그마치 일주일 동안 에스더로부터 숨겼다. 엄밀히 따지자면 거짓을 고한 것은 아니야. 유예했을 뿐이잖니. 확신이 필요했어. 우리의 세상이 갈라서지 않으리란 절대적인 확신이. “에시, 다녀왔니?” 언제나와 같이 문 너머의 세계에서 건네는 인사. 에스더에게만 주어진 특권과도 같은 것. “잠시 다녀왔을 뿐인 걸.” “다음에는 함께 갈게. 오늘은 준비해둘 것이 있었거든.” “준비?” 준비.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두 가지 빛으로 빛나는 에스더의 시선이 기울어졌다. 그 사랑스러운 움직임과 동시에 티 테이블 위의 ‘책’을 가볍게 밀었다. ‘며칠 전에 찾은 책이야. 읽어보렴.’ 하는 말과 함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지.” 이 세상의 비밀과 진실을 담고 있는 책을 영원히 숨길 생각은 아니었다. 우리는 영원을 약속해야 하고, 나는 네게 상냥한 다에가 되고 싶으니까. 새로운 지식을 먼저 습득하려 시간을 들인 이유는, 에스더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예외 없이 문 안의 세상에 우리의 영원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최대한 상냥하고 또 사려 깊은 방식으로……. “에시, 멸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의외네. 너무 당연하게 있어서, 네가 나도 같은 생각할 거라고 여겼어.” “간절히 바라고 있지.” “……모르겠어. 가끔 꽃밭말고 잘 꾸며진 도시가 보고 싶긴 한 거 같아.” 그 정도. 에스더의 애먼 답을 듣고도 웃어버렸다. 이거 봐, 불가항력이라니까. “네게 모든 것을 해주고 싶지만, 도시를 만들어내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내가 원한다면 멀린이라도 되어 보이려는 거니?” “네가 원한다면야.”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우리’의 영원과 ‘모두’의 내일이라. 나는 처음부터 영원만을 바랐어. 너는 의견을 표하지 않았지. 나와 함께해 줄 생각이었던 거야. 네가 불완전한 내일을 선택했더라면 상냥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해야 했겠지만, 영원이니 내일이니 하는 것에 앞서 나를 선택한 거라면. “나와 함께 13월의 문을 넘어주렴.” 너를 놓아줄 수 없어, 에시. “진즉 그럴 생각이었어. 당연하게도…….” “당연하게도, 나의 미래는 네가 있어야 완성되잖니.” 그리하여, 13월의 마법사가 선사한 꿈같은 마법으로 말미암아 완벽한 영원이 도래하기를 선택했다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었다.